산당화 피는 날에

2011. 6. 2. 22:45친구글

 

 

 

 

♧ 산당화 피는 날에 - 김설하


요란하게 골목을 누비며

깔깔 웃어대던 미쳐버린 뒷집 순자가

뜬금없이 퉁퉁 눈이 붓도록 울던 그 날처럼

뭉클뭉클 쏟아지기 시작하면 괜히 슬펐던

후드득 피눈물처럼 떨어져

내 마음을 아프게 하던 산당화가

올해도 봉긋하게 꽃망울을 달았습니다

 

새파랗게 질려서

밑동마다 꽃그늘 붉게 낭자하면

어쩌면 저리도 추할꼬. 그러셨던 그 꽃이

어김없이 계절을 건너왔네요

당신은 무당꽃이랬지요

산당화라고. 명자 꽃이라고 가르쳐드려도

당신은 무당꽃이랬습니다

 

그 꽃이 말이에요 어머니

지금 푸른 치맛자락 감추고

입술연지 점점 짙게 칠하고 있어요

목매달아 죽었다던

순자의 눈물이 돼버린 산당화가

조금만 더 붉어지면 말이에요 어머니

당신 못마땅해 하는 말 올해도 듣고 싶어

새빨갛게 웃을 텐데요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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